좋은 경험 보다 다양한 경험 | 7세 미술, 수영 대회 참여 후기
영화 인사이드 아웃
영화 인사이드 아웃 1,2를 관통하는 내용은, 기쁨 감정이나 좋은 기억만이 중요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슬픔이나 불안, 부끄러운 기억도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7세 아이의 첫 대회 참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학원에서 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다. 종이를 나눠주고, 지정된 날짜까지, 주최 측에서 제시한 주제에 대해 그림을 그려 제출하는 것이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지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들 중심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려다, 정해진 내용과 일정이 있고 종이도 따로 있으니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하라고 해도 그 부담감에 거부가 심했다.
낯 설 뿐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리기 주제는 "Dreams come true"였다. 자신이나 가족의 꿈이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꿈이 있다면 그림으로 표현해 보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꿈에 대해 물었더니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언맨을 그려도 되겠냐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그리라고 했는데도 선뜻 그리지 못했다.
결국 제출 마감일이 전날이 되어서야 안 하겠다 못하겠다 하고 종이를 맨발로 밟고 섰다가 몸을 틀더니 결국 아이언맨을 그렸다. 하나를 그리고 나니 그 옆에 더 그리고 싶다고 해서 3개의 캐릭터를 더 그리고는 속이 후련하다는 듯한 표현을 했다.
대회 상 보다 참여가 중요하다.
엄마인 내 바램은 처음부터 제출에만 의의가 있었다. 아이가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제출을 하고 느껴지는 홀가분함을 느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참가자 전원에게 주는 상장에도 큰 의미가 있었다. 아이는 그림 대회 이후 그림 그리기에 흥미가 생기고, 자신감도 붙었다.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견뎌 내고 해낸 사람이 느끼는 후련함을 맛 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한 것 같다.
뒤이은 수영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를 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출전하자는 생각이었다. 다른 대회를 경험하며 아이의 변화가 같은 방향성을 띄는지 확인해 보고 싶던 차에, 바로 수영대회 출전의 기회가 생겼다. 대회가 결정될 때까지만 해도 수영입문 3개월 차 그중 첫 한 두 달은 물에 적응하고, 수영장에 걸터앉아 발차기한 것이 전부인 상태였다. 유아 수영대회는 헬퍼를 사용할 수 도 있고, 종목으로 킥판을 잡고 발차기도 포함되는 수준이다.
수영 대회에 회의적인 엄마
아이가 대회 나갔다가 제대로 못해서 실격당하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전문용어가 아닌 일반적인 용어의 강한 두려움의 표현)로 다시는 수영 안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현재도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데 더 안 하게 될까 봐 대회 나가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지난 미술대회를 이야기하며 그냥 해 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회의적이었던 엄마의 변화
막상 대회가 끝나고 아이의 모습을 보며 다음번 대회를 준비하며 열성모드로 바뀌었다. 공개수업 몇 번 합친것 보다 수영대회 한 번이 낫다는 말도 했다.
대회 이후의 아이들
첫 수영대회를 마친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끼리 의기투합하며 기념메달과 상장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 아이들 중에 한 명도 대회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기에 모두 다 같이 받은 메달과 상장은 의미가 컸다. 말로는 금메달 다 주던데?라고 하지만 자신이 받은 메달을 자랑하고 상장을 몇 번씩 다시 읽고 주변에 자랑을 했다. 결정적으로 수영대회 이후 아이들의 수영실력이 급성장했다. 수영대회 당일의 모든 분위기를 겪으며 아이들은 특별히 상을 받지 않더라도 등수에 들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성장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유아기에 필요한 것은 "좋은 경험"이 아닌 "다양한 경험"
다시 안사이드 아웃으로 돌아가 본다. 인사이드 아웃 1에서는 기쁨만이 중요하다고 기쁜 기억만 남기고 슬픈감정의 기억은 멀리 보내버리지만 사실은 우리 감정이라는 것이 모두 다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역시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나 감정 뿐 아니라 불안하고 부끄러운 기억과 감정들도 함께 해야 건강한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외동아이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의 감정에까지 지나치게 관여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내가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내 아이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아프로 힘든 것들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서 치워주고 멀리 하게 하려는 부모의 마음도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겪었던 것이 아이의 경험이 될 수 없듯 아이의 인생이 내 인생은 아니다. 아이는 아이 기쁘고 행복한 것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 나름의 아픔과 슬픔과 괴로움과 부끄러움 등을 모두 겪어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경험이 아닌 다양한 경험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을 극복해 내야 무엇이 좋고 나쁜지, 긍정이고 부정인지, 무엇이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고 피하고 싶은 것들은 어떻게 처리 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되고 싶은 것을 그리는데 아이언맨이면 어떻고, 수영대회에서 상을 받지 못하면 어떤가?!
대회를 준비하고 연습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대회날의 다른 사람들을 보고 관계를 기억하는 것들이 모두 다 필요한 경험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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