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소중한 시간, 육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 육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내가 퇴직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특히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결혼 전, 여성학자이자 가수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선생님이 쓴 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읽었었다.
당시, 아들 셋을 서울대에 보냈다는 것으로 주목받았던 책이었지만,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준 부분은 60대에 며느리와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이었다. 박혜란 선생님은 사람을 키우는 시간이 불과 20년이라고 했다.
서른 중반을 넘어 읽는 책이라 그런지 그 말씀이 이해가 되었다. 젊은 나이에 엄마가 될 때보다는 육아에 대한 시선이 더 부드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젊은 나이에 엄마가 되는 것보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육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육아는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른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하며 아이를 데리러 가는 몇 년의 시간 동안 아이는 빠르게 성장했다. 집이 아닌 곳에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생활에 변화를 주겠다는 다짐과 계획을 하며, 아이가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곁에 있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하던 일을 접고 안식년 맞으며, 가족과 특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육아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4개 분기, 2개 학기의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했다. 그리고 다른 일과 다르게 육아는 예상치 못한 일이 많았다. 아들의 엄마는 득음한다더니 나도 어느새 목소리가 커졌고, 아이의 돌방행동에 사과를 해야 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했던 사과보다 훨씬 더 많은 사과를 지난 일 년 동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더 이상 이른 아침에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가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내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이는 매일 데리러 오라고 했다. 통학버스도 거부하고,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유치원에서 전처럼 활발하게 놀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와의 하원길 둘이 손 잡고 걷다 놀이터가 있으면 가서 놀고 싶다고 하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엄마를 찾으며 같이 놀자고 하던 아이가 이제는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같이 놀자고 한다. 아는 친구라도 만난 날이면 한 시간 넘게 뛰어다니며 놀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처음에는 회사 밖의 생활이 어색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기다리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처음 만난 아이의 엄마들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육아를 반성한다.
나쁜 습관은 금방 드는 모양이다. 퇴직 당시의 육아관은 어느새 변화했고,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화를 내는 상황도 많아졌다. 아이랑 시간을 오래 보내고 친해질수록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더 많이 보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엄마인 내가 어려워서 못 했던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성장의 변화 일까? 정확한 이유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잠시 멈추고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인데,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유한하다. 이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안다. 아이는 곧 자라서 독립하게 될 것이고, 내 역할도 그때 끝날 것이다.
내 육아의 목적은 아이를 온전한 인간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힘든 일이 생길 때 언제든 나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로 남길 바란다. 기쁠 때도 나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언제나 가족이 든든한 후원자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고 사회생활이 길었더라 해도 육아는 경력직이 아니다. 육아는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의 전략이 생각보다 잘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아이는 여러분이 기대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을 정말 많이 실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일년 - 아이와 온전히 함께한 일 년-은 육아 인턴 같은 시간이었다. 이제 막 인턴 기간을 지낸 사람으로서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소중하게 채워 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 죽음을 잊지 말라는 메멘토 모리를 떠 올리 듯,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더 아끼고 소중하게 보내고자 한다.
'라이프 > 육아 - 어떻게 키울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아 목 근육통: 담 증상 완화 방법과 치료법 (0) | 2024.10.09 |
---|---|
아이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경험: 수영대회를 통한 깨달음 (1) | 2024.10.08 |
좋은 경험 보다 다양한 경험 | 7세 미술, 수영 대회 참여 후기 (5) | 2024.09.12 |
어떻게 키울까? | 육아에 대한 생각 (3) | 2024.08.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