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나조차도 이성을 잃게 만든 순간 – 아이를 지키는 본능
나는 어릴 때부터 계획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고, 돌발적인 상황은 철저히 피하며 살아왔고, 무엇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선호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성향은 더 강화되었고, 덕분에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우발적 상황’이라는 단어는 내 삶과 거리가 멀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계획적으로 행동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 그런 나도 전혀 계획 없이 행동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했다.
바로, 아이와 관련된 상황이었다.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아이 앞에서 큰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언쟁이 필요할 때도 아이 앞에서는 조용히 말을 하고, 일단 상황을 마무리한 뒤 따로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평소 말투가 거칠고 인상이 썩 좋지 않았던 한 사람이 우리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사람에 대한 내 선입견도 있었겠지만, 그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눈앞에서 아이에게 대거리를 하는 모습을 본 순간, 흔히 말하듯 내 눈이 뒤집혔다.
나는 그 사람에게 큰소리로 따지고 있었다. 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따지며, 다투는 나의 모습은 지금 돌이켜보아도 낯설다.
같은 날, 같은 상황을 곱씹어 보아도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언제 아이 쪽으로 달려갔는지, 그 사람과 어떤 표정으로 마주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살면서 이성을 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그날의 나는 나조차도 낯설고 생경했다. 평소에는 큰 사건 앞에서도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었고, 그런 내 모습을 신뢰해주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눈이 돌아갔다’는 말, 그날의 나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나는 평생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에게도 트리거는 있었다. 바로 ‘아이’였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육아는 그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에 스스로도 놀랐다. 아이가 위험하다고 느낀 그 순간, 나는 생각도 판단도 없이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그건 어떤 데이터나 경험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본능이었다.
이 사건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나는 즉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이미 이야기한 적 있었기에,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엄마, 그날 제가 그랬잖아요. 진짜 눈이 돌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엄마도 우리 키우면서 그러셨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엄마는 조용히, “그래, 고마워.”라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나는 몰랐다. 내 안에 그런 보호 본능, 모성 존재 하는 줄은.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도 나를 그렇게 지켜주셨다는 사실을.
육아는 인생을 두 번 사는 것 같다.
내 삶을 살 땐 몰랐던 감정과 깊이를, 아이를 키우며 다시 배우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언제든 위대한 전사가 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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